첫 홀 티잉 구역. 누군가 말합니다. "자, 오늘 로컬룰 정하고 갑시다. 일파만파에 멀리건 하나씩, 오케이는 그립 반, 내기는 타당 얼마."
익숙한 풍경이죠. 그런데 여기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방금 정한 그것들은, 골프 규칙상 '로컬룰'이 아닙니다. 진짜 로컬룰은 따로 있고, 그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 골프장이 정해서 스코어카드에 적어 놓은 것이거든요.
더 재미있는 건 이겁니다. 정작 아마추어에게 가장 쓸모 있는 룰 하나가 진짜 로컬룰 안에 들어 있는데, 그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오늘은 이 헷갈림을 정리합니다.
결론 요약
- 진짜 로컬룰은 골프장(위원회)이 그 코스 사정에 맞게 정한 공식 규칙이다. R&A·USGA가 만든 가이드라인 안에서만 만들 수 있다.
- 우리가 티잉 구역에서 정하는 멀리건·오케이(컨시드)·일파만파는 로컬룰이 아니라 동반자 간 합의다. 공식 규칙 어디에도 없다.
- 그런데 'OB 티'와 비슷한 전진 드롭은 진짜 로컬룰로 존재한다 — 모델 로컬룰 E-5. 단, 골프장이 채택했을 때만 유효하다.
- 참고로 OB는 원래 1벌타다. 2벌타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E-5를 적용했을 때 이야기다.
- 내기: 소액 친선 내기가 처벌된 사례는 사실상 없지만, 억대 내기 골프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판례가 있다. "골프는 실력이라 도박이 아니다"라는 논리는 이미 깨졌다.
- 그래서 시작 전 합의는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분쟁의 90%는 "안 정하고 시작해서" 생긴다.

1. 진짜 로컬룰은 누가 정하는가 — 우리가 아니다
로컬룰(Local Rule)의 정의부터 정확히 하겠습니다. 로컬룰은 골프장 또는 경기 위원회가, 그 코스의 특수한 사정에 맞게 정식 규칙을 수정·보완한 규칙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 골프장이 정하고, 정식 규칙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그리고 골프장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공동 제정한 규칙서에 로컬룰 제정 가이드라인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고, 골프장은 그 틀 안에서 채택합니다. 실제로 R&A는 '모델 로컬룰'이라는 표준안 목록을 공개해 두고 있어요.
로컬룰이 왜 필요하냐면, 코스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식 규칙만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불공평해지거나 경기가 하염없이 늘어지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대표적인 로컬룰 예시는 이런 것들입니다.
- OB나 페널티 구역의 경계를 페인트 선으로 명확히 표시하는 것
- 공사 중·수리지 구역에서의 처리 방법
- 특정 홀에만 적용되는 드롭 구역 지정
- 대회에서의 연습 금지, 야디지북 사용 제한 등
즉 **로컬룰은 '우리끼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골프장이 이미 정해 놓은 것'**입니다. 스코어카드 뒷면이나 카트 안내판, 클럽하우스 게시판에 적혀 있어요. 라운드 전에 한 번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참고로 말뚝 색깔은 이 로컬룰과 정식 규칙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흰색은 OB, 빨강·노랑은 페널티 구역인데, 여기에 골프장별 로컬룰이 겹치면 처리가 달라질 수 있어요. (말뚝 색깔 구분은 따로 다룬 글이 있습니다.)
2. 그럼 멀리건·오케이·일파만파는 뭔가
우리가 티잉 구역에서 정하는 것들의 정체를 보겠습니다.
멀리건(Mulligan) — 첫 티샷이 잘못됐을 때 벌타 없이 다시 치게 해 주는 것. 정식 골프 룰이 아닙니다. 몇 개를 써야 한다는 규정도 당연히 없고, 동반자 합의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해집니다. 보통 명랑 골프에서 전반 1개·후반 1개 정도로 정하죠. 흥미로운 건 이게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용어이자 관행이라는 점입니다.
오케이(OK) / 컨시드(Concede) — 짧은 퍼트를 "들어간 걸로 치자"고 인정해 주는 것. 이건 원래 매치 플레이에서만 존재하는 규칙입니다. 스트로크 플레이(대부분의 아마추어 라운드)에는 컨시드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그래서 동반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합의 사항'인 겁니다.
일파만파 — 첫 홀에서 한 명이라도 파를 하면 전원 파로 기록해 주는 것. 'PIPAR 룰'이라고도 부릅니다. 역시 공식 규칙에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구분 진짜 로컬룰 우리가 정하는 것
| 누가 정하나 | 골프장·경기 위원회 | 동반자끼리 |
| 근거 | R&A·USGA 규칙서 가이드라인 | 없음 (합의) |
| 효력 | 정식 규칙과 동일 | 그 팀 안에서만 |
| 예시 | 드롭 구역, 경계선 표시, E-5 | 멀리건, 오케이, 일파만파 |
용어를 정확히 하면 — 우리가 정하는 건 로컬룰이 아니라 '동반자 합의' 또는 '하우스 룰'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아마추어 라운드에서는 이 합의가 라운드의 질을 좌우합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3. 반전 — 'OB 티'는 진짜 로컬룰로 존재한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대충 하는 우리끼리 룰"이라고 여겼던 것 중 하나가, 알고 보니 국제 공인 로컬룰이 됐거든요.
한국 골프장에서 흔히 쓰는 이른바 'OB 티' — 티샷이 OB 나면 되돌아가지 않고 앞쪽에서 다시 치는 방식. 이것과 사실상 같은 취지의 규칙이 2019년 규칙 개정 때 '모델 로컬룰 E-5'로 정식 도입됐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볼이 분실되거나 OB가 난 것이 확실한 경우,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대신 2벌타를 받고, 볼이 멈췄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과 그 홀 페어웨이 경계 사이 구역(홀에 더 가깝지 않게)에 드롭하고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왜 만들었을까요? 경기 속도 때문입니다. 잠정구를 치지 않고 나갔는데 볼이 없으면, 원래는 티잉 구역까지 되돌아가야 하죠. 뒷 팀이 밀리고 라운드가 늘어집니다. 그래서 R&A가 한국식 해법과 비슷한 방식을 세계 표준 옵션으로 채택한 셈이에요.
다만 두 가지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첫째, 골프장(위원회)이 채택해야만 유효합니다. E-5는 "쓸 수 있게 해 놓은 옵션"이지 자동 적용되는 규칙이 아니에요. 그래서 스코어카드에 적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프로 대회에서는 채택하지 않습니다.
둘째, 볼이 페널티 구역에 있거나 언플레이어블인 게 확실한 경우엔 쓸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분실·OB'용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많이들 헷갈리는 것 하나. OB는 원래 1벌타입니다. 'OB=2벌타'로 알고 있는 골퍼가 많은데, 정식 규칙에서는 1벌타를 받고 직전에 친 자리에서 다시 치는 것(스트로크와 거리 구제)이 원칙이에요. 2벌타는 E-5를 적용해 앞으로 전진 드롭할 때 붙는 값입니다. 벌타를 덜 받는 대신 거리를 잃느냐, 벌타를 더 받는 대신 거리를 버느냐의 교환인 거죠. (OB 벌타 계산은 따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전국 골프장 수, 지역별로 세어보니 — 숫자에 숨은 3가지 반전 (2026년 최신)
"우리나라에 골프장이 대체 몇 개나 있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궁금증. "왜 내가 사는 동네엔 이렇게 없는데, 어디는 저렇게 많지?" 막연히 "서울·수도권에 제일 많겠지" 생각하기 쉽습니다.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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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기 로컬룰 — 어디까지가 '재미'이고 어디부터가 '도박'인가
시작 전에 정하는 것 중 가장 민감한 항목, 내기입니다. 여기엔 법적인 선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을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상습적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다만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둡니다.
그렇다면 골프는? "골프는 우연이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가 갈리니 도박이 아니다"라는 논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2005년 억대 내기 골프 사건에서 1심은 이 논리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어요.
그런데 뒤집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골프가 기량 의존도가 높긴 해도 경기 결과를 확실히 예견할 수 없으므로 우연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유죄와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습니다. 즉 상식을 넘어선 규모의 내기 골프는 도박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게 이미 판례로 정리된 겁니다.
반대편 사실도 분명합니다. 친구끼리 가끔, 타당 1천~1만 원 수준으로 즐기고 사기 행위도 없었는데 도박죄로 처벌된 사례는 사실상 찾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도박 시간·장소, 참가자의 직업, 판돈 규모, 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일시 오락' 여부를 판단하거든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점심값·캐디피 나누기, 타당 소액 수준 → 일시 오락으로 볼 여지가 큼
- 판돈이 커지거나, 상습적이거나, 속임수가 끼면 → 성격이 완전히 달라짐
- 액수를 떠나, 시작 전에 정확히 정하지 않으면 반드시 분쟁이 난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라 공개된 판례·조문을 정리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 등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 '재미' 수준을 넘어가는 순간, 그건 더 이상 라운드가 아닙니다.
국내에서 홀이 가장 많은 골프장 순위 — 1위는 군산CC가 아니다? (규모 편)
골프장에 가보면 규모가 제각각입니다. 어떤 곳은 9홀짜리 아담한 코스인데, 어떤 곳은 코스가 몇 개씩 있어서 "오늘은 무슨 코스에서 치세요"라는 안내를 받죠.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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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래서 시작 전에 뭘 정해야 하나
명칭이 무엇이든, 라운드 전 합의는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입니다. 라운드 중 얼굴 붉히는 일의 대부분은 실력 차이가 아니라 "안 정하고 시작해서" 생기거든요. 첫 홀 티잉 구역에서 1분이면 끝납니다.
① 골프장 로컬룰부터 확인 — 스코어카드·카트 안내판을 본다. E-5(전진 드롭) 채택 여부, 드롭 구역 유무를 확인. 이건 합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규칙입니다.
② 멀리건 — 쓸 것인가, 몇 개인가, 언제(첫 티샷만인가). 실력 차가 크면 초보에게 더 주는 방식도 흔합니다. 합의 없이 갑자기 외치는 멀리건은 매너 위반이라는 점을 서로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③ 오케이(컨시드) 기준 — "그립 안", "한 뼘" 등 거리 기준을 구체적으로. 애매하게 두면 홀마다 실랑이가 생깁니다.
④ 일파만파 여부 — 적용할지, 기록에만 반영할지.
⑤ 내기라면 — 방식·단위·상한 — 스트로크인지 홀 매치인지, 단위는 얼마인지, 그리고 전체 상한을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판이 커지는 걸 막는 가장 확실한 장치입니다.
⑥ 기록과 내기의 분리 — 이게 은근히 중요합니다. 멀리건·일파만파를 적용하면 그 스코어는 내 진짜 실력이 아닙니다. 내기용 스코어와 실제 스코어를 따로 적는 팀이 많은 이유예요. 실제로 100타대 골퍼가 90타 중후반으로 '변신'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일파만파·멀리건·컨시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핸디캡 관리를 하고 싶다면 이 둘은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정리
- 로컬룰은 골프장·위원회가 R&A·USGA 가이드라인 안에서 정한 공식 규칙이다 — 스코어카드에 적혀 있다
- 멀리건·오케이·일파만파는 로컬룰이 아니라 동반자 합의다 — 정식 규칙엔 없다
- 한국식 'OB 티'와 유사한 전진 드롭은 모델 로컬룰 E-5로 실재한다 — 단 2벌타, 그리고 골프장이 채택했을 때만
- OB는 원래 1벌타 — 2벌타는 전진 드롭을 택했을 때의 값
- 내기는 소액 친선은 일시 오락으로 보지만, 억대 내기는 대법원 유죄 확정 판례가 있다
- 분쟁의 90%는 "안 정하고 시작해서" 생긴다 — 첫 홀 전 1분이면 예방된다
"최고의 룰은 로컬룰"이라는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아마추어 골프의 목적은 규칙 준수 그 자체가 아니라, 네 명이 다섯 시간 동안 기분 좋게 걷는 것이니까요. 다만 그 합의가 제 역할을 하려면 시작 전에, 명확하게, 전원이 해야 합니다. 그게 진짜 '로컬룰'의 정신입니다. ⛳
※ 로컬룰은 골프장마다 다르고, 규칙 해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문은 2026년 7월 시점의 공개된 규칙·판례 자료를 정리한 것이며, 실제 적용은 방문하는 골프장의 안내와 경기 위원회의 판단을 따르세요. 법률 관련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참고 및 출처
OB 말뚝 뽑으면 2벌타…거리와 페널티 말뚝도 뽑으면 안 될까?
국내 프로골프 대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유명 프로였던 A의 샷이 왼쪽으로 감겼다. 러프에 가서 보니 볼이 아웃오브바운스(OB) 구역 근처에 있었다. 다행히 볼은 코스 안에 있어 A는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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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건과 컨시드 - 미주 한국일보
계절의 여왕 5월이다. 골프장 잔디는 푸르다. 잔디뿐 아니다. 온 천지가 푸르다. 골퍼들에겐 더 없이 좋은 때다. 연중 가장 골프하기 좋은 계절이다.골프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걷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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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위 재미 더하는 내기 골프, '오락'일까 '도박'일까
[아시아경제 이서희 기자] 필드 위에서 지인들과 내기를 즐기는 일은 흔하다. 점심 사기와 같은 소소한 내기는 라운드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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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골프 : 내기 골프를 둘러싼 논란
내기 골프는 골프 문화인가, 혹은 도박인가. 이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어떤 내기가 골프 문화이며, 어떤 내기가 도박이냐’라는 점이다. 골프 문화와 도박 사이 내기 골프에는 두 가지 상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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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골프룰 어떻게 달라지나③ OB 나면 2벌타 받고 최후 지점에서 플레이
2019년 1월 1일부터는 새롭게 적용되는 골프규칙에서는 드롭의 높이 규정을 어깨에서 무릎으로 바꿨다. 사진은 지난 10월 열린 인터내셔널 크라운 경기에서 호주 대표 오수현이 경기 중 드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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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의 골프 규칙 Q&A] 볼이 OB로 가면…1벌타 후 직전 쳤던 곳에서 다시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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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로컬룰에 대해 알아보자!
골프룰은 선수에게 벌을 주거나 플레이에 제약을 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절대 아닌데요. 어디까지나 골프를 즐길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하는 골프룰. 자칫 골퍼는 룰이나 매너를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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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A
The R&A seeks to engage in and support activities for the benefit of the sport of golf from The 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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