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라운드를 가면 제 직장 상사는 무조건 가장 먼저 티샷을 하길 원합니다. 우리는 넙죽넙죽 그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원칙을 따지기 좋아하는 동료는 이게 마음에 안 듭니다. "저건 아니지 않냐"는 표정으로 카트에 앉아 있습니다.
누가 맞을까요. 그리고 애초에 먼저 치는 사람을 뭐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요. 골프 오너 아너 중 어느 쪽이 맞는지부터 정리해야 답이 나옵니다.

오너가 아니라 아너입니다
먼저 발음입니다. Owner가 아니라 Honor입니다.
많은 분들이 대장이나 소유주를 뜻하는 오너로 알고 계신데, 실제로는 명예와 존경을 뜻하는 아너입니다. 티샷을 먼저 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고, 영어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The honor is the privilege of teeing-off first.
그래서 이런 실수가 생깁니다. 미주 지역 골프 칼럼에 나오는 지적인데, "I am the owner"라고 하면 "내가 이 골프장 주인이다"는 엉뚱한 뜻이 됩니다. 정확한 표현은 **"You have the honor"**입니다.
한 골프 교수는 이 상황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honor를 오너라고 발음하다 보니 티샷하러 올라가면 그 골프장의 주인이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원을 보면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그리고 처음 이야기와 정면으로 연결됩니다.
아너의 어원은 골프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수 세기 전 신분사회였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구두수선공 존 패티슨과 귀족 요크공이 함께 라운드를 하게 됐습니다. 티오프 순서를 정하는데, 신분이 낮은 패티슨이 요크공에게 "You are honour, Sir"라고 하면서 먼저 치도록 권한 데서 유래했다는 겁니다.
즉 아너의 출발점은 실력이 아니라 신분에 따른 양보였습니다.
그러니 직장 상사가 먼저 치겠다는 건 아너의 가장 오래된 형태인 셈입니다. 원칙을 따지는 동료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역사적으로는 그쪽이 원형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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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행 규칙은 실력순입니다
문제는 규칙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골프 규칙 6.4는 홀에서 플레이하는 순서를 정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 홀 — 위원회가 정한 조 편성상의 순서에 따라 결정됩니다. 조 편성이 없는 경우에는 합의로 정하거나 동전던지기나 추첨 같은 임의의 방법으로 정합니다.
두 번째 홀부터 — 직전 홀에서 가장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플레이어가 먼저 티샷을 합니다.
즉 현행 규칙에서 아너는 신분이 아니라 성적으로 정해집니다. 어원은 양보였는데 규칙은 실력으로 바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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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홀은 이렇게 정합니다
실제 골프장에서 쓰는 방법들입니다.
막대기 뽑기 — 골프장 1번 홀에 젓가락 같은 쇠막대기 네 개가 꽂힌 통이 있습니다. 네 명이 하나씩 뽑으면 막대기에 줄이 하나에서 넷까지 그어져 있는데, 줄 하나짜리를 뽑은 사람이 먼저 칩니다.
티 튕기기 — 티를 공중에 던지거나 손 위에서 돌려 가리키는 방향으로 정하는 방식입니다.
가위바위보와 동전던지기 — 가장 단순합니다. 규칙에도 임의의 방법으로 정하면 된다고 되어 있으니 문제가 없습니다.
합의 — 그냥 정하는 것도 규칙상 인정됩니다.
둘째 홀부터, 그리고 동타일 때
두 번째 홀부터는 성적순입니다. 그런데 같은 타수가 나오면 어떻게 할까요.
앞 홀 타수가 같은 경우 그 이전 홀의 타수가 적은 순으로 정합니다. 그것도 같으면 계속 앞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기에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어느 홀에서 동점일 경우 다음 홀에서는 앞 홀의 아너가 먼저 티샷을 하는데, 이를 캐리드 아너(carried honor)**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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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샷 이후의 순서
티박스를 벗어나면 기준이 바뀝니다.
공이 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부터 칩니다. 세컨드 샷부터 그린 위 퍼팅까지 같습니다.
두 개 이상의 공이 같은 거리에 있으면 플레이어끼리 순서를 정하고, 결정하기 어려우면 이전 타순이 빠른 순서로 갑니다.
즉 골프의 진행 순서는 티에서는 성적순, 그 뒤로는 거리순이라는 두 원칙으로 굴러갑니다.
그런데 2019년에 바뀌었습니다
여기가 실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2019년 규칙 개정으로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준비된 사람이 먼저 치는 방식이 적극 장려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레디 골프입니다.
개정 전에는 달랐습니다. 티잉 구역에서 아너가 먼저 샷을 하고 두 번째 샷부터는 공이 놓인 위치에 따라 순서대로 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준비된 플레이어가 먼저 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경기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같은 개정에서 자기 차례가 되면 40초 안에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는 조항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즉 지금은 아너 순서가 절대적인 게 아닙니다. 진행이 밀리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준비된 사람이 치는 게 규칙에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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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를 어기면 벌타인가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벌타는 없습니다.
골프장 규칙 안내에도 순서가 잘못된 것에 대한 벌점은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벌칙 체계로 봐도 그렇습니다. 앞서 다룬 것처럼 골프의 페널티는 에티켓 규정 위반이면 무벌타, 유리하게 만들려는 위반이면 2벌타로 나뉘는데, 순서 문제는 앞쪽에 속합니다.
다만 벌타가 없다는 게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칼럼은 이렇게 지적합니다. 순서를 어겼다고 굳이 벌타를 주지는 않지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눈총을 받기 때문에 티샷 순서는 항상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순서를 바꿀 때는 알려주는 것이 예의라고 덧붙입니다.
먼저 치는 게 유리한가
여기에도 의견이 있습니다.
한 골프 교수의 설명입니다. 개인 성향에 따라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똑같은 샷을 한다는 조건이라면 먼저 치는 사람이 나중에 치는 사람에게 시각적, 심리적 부담을 주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겁니다.
물론 반대도 성립합니다. 같은 칼럼은 아너 효과를 포기하고 첫 티샷을 OB 내서 동반자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을 유머러스하게 언급합니다. 먼저 친다고 항상 유리한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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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직장 상사 문제는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규칙만 보면 동료가 맞습니다. 두 번째 홀부터 아너는 직전 홀 최저 타수를 친 사람이고, 직급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원을 보면 상사가 맞습니다. 아너라는 말 자체가 신분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게 양보한 데서 나왔으니까요.
그리고 실무적으로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 순서를 어겨도 벌타는 없습니다. 규칙 위반으로 다툴 사안이 아닙니다
- 첫 홀은 합의로 정해도 됩니다. 규칙에 임의의 방법으로 정하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 레디 골프가 장려되는 시대입니다. 아너 순서를 엄격히 지킬 이유가 예전보다 줄었습니다
- 다만 매 홀 그러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첫 홀 양보와 열여덟 홀 내내 양보는 성격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봅니다. 첫 홀에서 상사에게 먼저 치시라고 권하는 건 아너라는 말의 원래 뜻에 가장 잘 맞는 행동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규칙대로 가면 됩니다.
원칙을 따지는 동료에게는 이렇게 말해주면 됩니다. "저게 사실 아너의 원조야." 틀린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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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오너가 아니라 아너입니다. Owner가 아니라 Honor입니다
- 어원은 신분사회의 양보입니다. 구두수선공이 귀족에게 먼저 치라고 권한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집니다
- 현행 규칙 6.4는 성적순입니다. 첫 홀은 조 편성이나 추첨, 둘째 홀부터는 직전 홀 최저 타수입니다
- 동타면 그 이전 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를 캐리드 아너라고 합니다
- 티샷 이후는 홀에서 먼 사람부터입니다
- 2019년부터 레디 골프가 장려됩니다. 준비된 사람이 먼저 쳐도 됩니다
- 순서를 어겨도 벌타는 없습니다. 다만 알려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골프에서 순서를 두고 다투는 상황은 대개 규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무엇이 규칙이고 무엇이 관습인지 구분이 안 되어서 생깁니다.
아너는 그 둘이 겹쳐 있는 대표적인 말입니다. 어원은 양보이고 규칙은 실력이며, 현장에서는 진행이 우선입니다. 셋 다 알고 있으면 굳이 다툴 일이 없습니다.
참고자료
- 데일리게임,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60] 왜 '아너'라고 할까"(스코틀랜드 유래와 구두수선공·요크공 일화, 순서 위반 시 벌타 없음과 예의 문제) — https://www.dailygame.co.kr/view.php?ud=2020062506034149055e8e941087_19
- 골프경제신문,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 티샷을 먼저 하면 유리할까?"(규칙 6.4 조문, 첫 홀 결정 방법, 오너 발음 문제, 먼저 치는 것의 심리적 이점) — http://www.golf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05
- LET'S GOLFZON, "골프에서의 오너는 Owner? Honor!"(Honor의 의미와 티샷 우선권, 명예를 우선시하는 문화적 배경) — https://story.golfzon.com/1065
- 지이코노미, "2019년 1월 1일부터 새로 바뀌는 골프룰"(레디 골프 장려, 종전 순서 방식, 40초 규정) — https://www.geconomy.co.kr/mobile/article.html?no=11837
- 시니어매일, "【파크골프 아카데미】 경기 순서와 스트로크"(캐리드 아너, 동타 시 처리, 티샷 이후 거리순 원칙) — http://www.senior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24528
- 마인드골프, "[골프상식] 티샷 하는 순서(Honor)"(막대기 뽑기 방식과 동타 처리) — https://www.mindgolf.net/55
- 대한경제, "가장 오래된 골프규칙"(벌칙 체계와 순서 관련 예절, 순서를 바꿀 때 알려주는 것이 예의라는 점) — https://m.dnews.co.kr/m_home/view.jsp?idxno=201009171524471710341
- 한인뉴스속보, "골프 용어, 알고 치자"(I am the owner와 You have the honor의 차이) — https://www.kocannews.com/column/kk5g5kkbzp52kzj9hkhnk23abaf7pg
- OK컨트리클럽 골프 규칙 안내(순서 위반에 대한 벌점 없음) — https://www.okcc.co.kr/html/information/information_05_rule.asp
어원에 관한 일화는 전해지는 이야기로 사료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규칙 적용은 대회 위원회와 골프장 로컬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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